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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을 가다

[쿠키뉴스] 한강은 대한민국 성장 에너지를 공급해주죠




생태 문화 기록 ‘한강을 가다’ 펴낸 식물생태학자 신정섭씨

“한강의 생태문화가 현대화의 빠른 발걸음으로 인해 제 모습을 점점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 책은 한강과 그곳에 깃들어 살아가는 식생, 사람들이 형성한 문화의 생생한 기록입니다.”

한국생태문화연구소 소장인 식물생태학자 신정섭(47)씨가 한강의 생태와 문화를 기록한 ‘한강을 가다’(눌와)를 펴냈다. 한강의 발원지부터 서해 하구까지 1200리 물길을 따라가며 만난 많은 생명들의 이야기를 풍부한 사진과 함께 담아낸 한강 생태문화 답사기다. 2008∼2009년에 집중적으로 답사를 했다.

신씨가 한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오래 전 일이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그는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강 식생조사에 나섰고 1주일에 3일 정도는 한강에서 살다시피했다. 강원도 태백시 금대봉에 있는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에서 경기도 김포의 하구 보구곶리까지 한강의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며 그곳에 사는 식물을 중심으로 생태환경을 조사하고, 주민들을 만났다.

그는 “한강은 대한민국 성장의 원천인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강”이라며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한강이 살아 있어야 한다. 그래서 한강의 다양한 생태문화를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강을 따라 생태계가 형성되고, 강변에 사는 사람들은 강에 의지해 농사를 짓고 마을을 이뤄 살았다”며 “강은 생태와 문화가 만나 문명을 이루고 국가를 만들어 내는 곳”이라고 말했다. 북한강의 습지생태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생태환경만을 연구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생태와 문화를 함께 살피게 됐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한강르네상스 사업으로 없어진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의 물억새 군락 등 사라져 가는 소중한 생명과 자연에 대한 안타까움이 곳곳에 배어 있다. 잘못된 생태 복원 현장을 지적하고 바람직한 복원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신씨는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4대강 사업은 자연 생태환경을 구조적으로 변경시키는 것으로 생태계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강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습니다. 모래와 흙, 돌이 있고 식물, 물고기와 새 등 동물들이 서식합니다. 그런 곳을 마구 파헤치는 것은 생물들이 살아갈 터전을 파괴하는 것입니다.”

그는 “4대강 사업을 중단해야 하지만 그걸 막을 수 없다면 한강의 생태계를 기록으로라도 남겨둬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것이 내가 해 온 일이고 하고자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라동철 기자

[2010. 04. 22]
출처 :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3632253&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