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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을 가다

[한국일보] 한강 1200리 물길 따라 숨쉬는 생명, 그러나 인간은…



오미퐌 기자

식물생태학자 신정섭(47)씨는 14년째 한국의 강을 두루 다니며 습지 생태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한강을 가다>는 그가 한강의 발원지부터 하구까지 1,200리 물길을 구석구석 누비면서 만난 온갖 생명을 소개하는 생태문화 답사기다.

자연과 인문 환경을 구분해서 쓰는 여느 답사기와 달리 이 책은 강에 깃들어 사는 다양한 식물과 식생을 이야기하면서 강변의 농사나 개발 등 자연 생태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의 생활양식을 함께 살피고 있다.

책은 한강의 물길을 일곱 구간으로 나눠 소개한다. 발원지인 강원도 금대봉 검룡소에서 시작해 상류인 골지천ㆍ조양강ㆍ동강 구간, 중류 하천인 동강과 단양까지의 남한강 구간, 충주호와 여주에 이르기 전까지 구간, 여주에서 양평의 두물머리까지,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 본류,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바다로 향하는 조강을 차례로 짚어간다. 책을 들고 당장 답사에 나서고 싶을 만큼 내용이 충실하다.

식물과 생태를 주로 이야기하지만, 거기에 개입해 어지럽히는 인간의 행위를 지적하는 대목도 군데군데 나온다. 서울의 한강 반포지구가 자전거도로와 주차장으로 포장돼 다양한 생물이 모여 살던 물억새밭이 사라져버린 것, 멸종 위기종인 여강 일대의 층층둥글레와 단양쑥부쟁이 서식지가 4대강 사업으로 파괴되고 있는 것 등이 그것이다. 어떤 이들은 여강의 단양쑥부쟁이를 근처의 모래톱이나 제방으로 옮겨 심으면 된다고 하지만, 그것은 서식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서 하는 말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통화에서 "특히 싹 변해버린 반포지구는 볼 때마다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며칠 전에도 섬강과 한강이 만나는 홍원창을 다녀왔는데 습지와 숲이 테니스 코트처럼 바닥이 다져져 있고 골재가 산더미를 이루고 있더라"며 걱정했다. 그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치적 접근에는 관심이 없지만, 지금이라도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후대에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을 정비하네, 생태하천으로 만드네 하고 지자체마다 일을 벌이는 요즘, 진짜 생태적인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그의 결론은 이렇다. "자연을 다스리려 하지 말라. 강을 자연에 돌려줘라."

[2010. 4. 23]
출처 :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1004/h201004232214308421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