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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

산길 걷기 - 나비

나비

산길을 걷다 임업후계자라며 산속에 별장같은 오두막을 지어 놓은 이네 앞마당에서 나비를 만났다. 검은 날개 바탕에 흰무늬가 찍힌 아름다운 나비인데, 내가 다가가도 도망을 가지 않는다. 손에 가만히 올려 놓으니 앞다리를 제대로 펴지 못하며 비틀거린다.  꽃이 피면 열매를 맺듯, 사실 나비도 갈 때가 된 것이다. 이 비틀거림이 있기 전까지  나비는 꽃향기를 맡으며 꿀을 빨고, 알을 낳고, 세상을 경계하였을 것이다. 이제 때가 되어 자신의 또 다른 길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에서 생물들은 생태계의 순리를 어길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아무리 발버둥쳐봐도 자연이 마련해 놓은 틀은 견고해서 그곳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다. 자연이 순환하듯 사람도 자연의 시계를 거스를 수는 없다. 나비의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니 나는 나의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잠시 생각해 보게 된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너와 같은 시간이 오리니, 그때 내가 내 자신을 제대로 인식하고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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