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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구 답사

가화천

가화천은 진양호에서 시작된다. 아직 안개가 걷히지 않은 진양호의 물빛은 짙푸르다. 저멀리 남쪽 땅끝의 남강물이 흐르다 꽉 막혀 체증이 쌓이듯 물이 모여 저렇게 푸른 빛깔을 띠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른 아침 진양호공원을 지나 전먕대로 오르는 길에는 낮고 깊은 호랑이의 울음 소리가 들린다. 우리에 갇힌 맹수의 포효는 정서 불안한 청소년을 만나는 것만 같이 위태롭고 안쓰럽다. 전망대로 가는 키 작은 동백이 한둘 피어난 붉은 꽃을 부끄럽게 내놓고 있지만 시멘트의 건조한 회색빛에 가려져 초라하기만 하다. 좀더 동백이 큰다면 뚝뚝 떨어지는 동백소리에 가던길을 멈추고 숨을 죽이게 되겠지만 아직은 세월의 내공을 필요로 한다. 동백보다는 더 짙푸른 편백의 모습이 더 쉽게 들어오는 것도 그때문이리라.

한눈에 보기에도 돈 좀 들였을 것 같은 전망대를 오른다. 우리나라에 근대화가 시작되면서 요즘처럼 자연을 대상으로 꾸미기를 한적이 있을까? 좀 괜찮다 싶으면 뚝딱거리며 길을 내고 건물 짓고, 주차장 넓게 내는 게 요즘의 특징이라 뭔가 사업을 한다 싶으면 이곳은 앞으로 망쳐지겠다 싶어 속이 거북할 때가 많다. 자연은 스스로 있어 자(自)연(然)인데 그렇게 치장하고 묶어놓으면 공원이지 자연일까? 그래도 안개에 목 잠긴 듯 푸른 기운이 감도는 진양호는 아름답다. 짓무르고 깨졌어도 그 안에서 다른 아름다움이라도 찾아내려 하니 나도 가만히 보면 이기적인 인간인가 보다.

전망대를 내려오는 길가에 진주 청년회의소에서 새운 이재호의 노래비가 있다. 진주 출신인 그의 이름은 40대인 나에게도 쉽게 떠오르는 이름은 아니지만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없는 이 발길...' 하며 시작되는 <나그네 설움>은 너무나도 친숙한 노래이다. '벼슬도 싫다마는 명예도 싫어...' 하는 물방아 도는 내력이나, 번지없는 주막, 단장의 미아리고개, 산장의 여인 등 대학시절 술독에 쩔어 살며 얼마나 많이 부르던 노래들인가. 나무는 오래된 나무일수록 커다란 줄기에서 세월의 영화를 읽어내지만 보잘것없는 사람은 그 화려한 명성을 돌을 깍아 기록하고, 이름을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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