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윤물 2010.12.11 13:29

- 동해 전천은 과거에 부르는 이름이 다양했다. 박곡천, 소고리천, 살천이라고 불렀는데 그 발원지는 청옥산에 있으며 삼척에서 내륙으로 가기 위해 대관령까지 가지 않고 바로 임계지방으로 넘어갈 수 있는 고개인 백봉령골짜기에서 내려온 물과 합쳐져 전천으로 흘러들어가 하구를 이룬다.

동해전천의 하구 옆에는 쌍용시멘트가 있어 시멘트의 가공과 이송, 또 하구 건너편에 있는 화력발전소에서 사용하는 탄을 외국에서 수입해 와 하차하고 옮겨가는 일을 반복한다. 그 때문에 전천하구에 있는 도로는 항시 화물차로 부산하다. 산업의 역군이요 지역경제를 살리는 중추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전천의 환경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벙어리 냉가슴앓듯 가슴 답답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때문일까? 화물차 만큼은 아니지만 물을 뿌리고 먼지를 제거하는 청소차가 주기적으로 이지역을 왕래하며 포장도로를 청소하고 있다.  

- 전천이름이라는 이름을 갖게된 이유는 임진왜란이라는 가슴아픈 전란의 역사가 함께한다. 임진왜란 시 왜군에 의해 두타산성이 함락 되고 말았는데 이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전사했는지 그들의 피가 하천을 붉은피로 물들이고, 사람을 맞추려 쏜 화살이 하천을 가득 메웠다 해 화살 전(箭) 자를 써 전천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어찌보면 생뚱맞아 보이는 이 이름이 우리의 가슴아픈 과거를 품고 흐르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 시멘트 공장 앞의 하구둔치는 중장비를 이용해 다져 놓았는데 그곳에 바람이 날라온 모래들이 쌓이고 쌓여 모래벌판을 만들어 놓았다. 하구에 둑을 쌓지 않았다면 이곳은 넓은 모래사구가 형성되었을 것이다. 소금기가 빠진 모래에는 건조에 강한 식물들이 하나둘 침입하고 있다. 사람보다도 강해 보이는 저 작은 풀뿌리들은 스러지고, 말라 죽으면서도 그들의 움직임을 결코 멈추는 법이 없다. 이들에 의해 세상이 바뀌고, 그 안에서 그렇게 돌아간다. 내가 아는 몇몇의 이들도 그런 식물들처럼 강인한 생명력과 도전의식을 지니고 있어, 불모의 지역을 헤메고 돌아다닌다. 생활이 넉넉하진 않지만 부단하게 나아가는 그들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운지 나는 잘 알고 있다.  

- 하구로부터 올라오는 바닷물을 가로막고 있는 보까지는 보 위쪽의 생활하수로 오염된 물과는 달리 비교적 맑은 물과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봄이면 은어와 황어가 이강을 타고 오르고 가을이면 연어가 바다로부터 돌아와 치어때 보았던 고향의 기억을 되살리려 애쓰는 곳이다. 물가에 자라고 있는 물방동사니는  무리를 짓고 물가에 살며, 몇몇은 망을 보고 몇몇은 꽃을 피운다. 마치 무리를 짓는 동물들의 모습이 그들에게도 있는 듯 느끼게 된다.




- 하지만 가을이면 하천의 양안을 하천바닥의 흙을 긁어 모아 보를 쌓고 일부구간만 물이 통하게 해 그곳으로 몰리는 연어들을 내수면 연구소에서 수확해 가고 있다. 치어방류를 위해서는 그 작업이 필요하겠지만, 연어들의 생태본성인 얕고 맑은 상류 하천의 물에서 알을 낳지 못하는 지금의 환경은 인간인 내가 보기에도 서글픈 것이다.




- 그물에 걸려 잡혀가던 연어들이 쏟아 놓은 알들은 하천 바닥을 구르다 수정되지 못한채 흰색으로 죽어가고, 몇몇 알은 건조한 시멘트 바닥에 떨어져 그 자리에서 꿈을 잃고 만다.


- 세상에 피우지 못한 꽃처럼 가여운 삶이 어디 있을까? 버려진 알들에서 상처를 읽는다. 이들처럼 희생되지 않은 알들은 푸른 바다로 되돌아 갈 수 있을까? 그러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해초가 많은 하구 하류의 얕은 물가에는 숲을 찾아 오는 동물들 처럼 연어들이 찾아든다. 분명 보다 더 상류의 계곡을 찾아 가야 하는데 하구 하류의 초입에 만들어진 연어 포획용 그물은 연어의 발길을 되돌리는 것 같다.

- 상류로 올라가지 못한 연어들은 하구 하류의 잔잔한 물가를 떠돌다 그들의 생을 마간한다. 알을 낳아 수정은 한것인지, 암수컷이 서로의 얼굴을 보기라도 한것인지는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주검을 바라보는 마음은 즐겁지 못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 삶이라는 것이 이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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