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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11 전천하구
  2. 2010.08.10 모새달
  3. 2010.08.09 대나무 푸른숲이 그리운 하구
  4. 2010.03.09 가화천
posted by 윤물 2010.12.11 13:29

- 동해 전천은 과거에 부르는 이름이 다양했다. 박곡천, 소고리천, 살천이라고 불렀는데 그 발원지는 청옥산에 있으며 삼척에서 내륙으로 가기 위해 대관령까지 가지 않고 바로 임계지방으로 넘어갈 수 있는 고개인 백봉령골짜기에서 내려온 물과 합쳐져 전천으로 흘러들어가 하구를 이룬다.

동해전천의 하구 옆에는 쌍용시멘트가 있어 시멘트의 가공과 이송, 또 하구 건너편에 있는 화력발전소에서 사용하는 탄을 외국에서 수입해 와 하차하고 옮겨가는 일을 반복한다. 그 때문에 전천하구에 있는 도로는 항시 화물차로 부산하다. 산업의 역군이요 지역경제를 살리는 중추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전천의 환경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벙어리 냉가슴앓듯 가슴 답답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때문일까? 화물차 만큼은 아니지만 물을 뿌리고 먼지를 제거하는 청소차가 주기적으로 이지역을 왕래하며 포장도로를 청소하고 있다.  

- 전천이름이라는 이름을 갖게된 이유는 임진왜란이라는 가슴아픈 전란의 역사가 함께한다. 임진왜란 시 왜군에 의해 두타산성이 함락 되고 말았는데 이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전사했는지 그들의 피가 하천을 붉은피로 물들이고, 사람을 맞추려 쏜 화살이 하천을 가득 메웠다 해 화살 전(箭) 자를 써 전천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어찌보면 생뚱맞아 보이는 이 이름이 우리의 가슴아픈 과거를 품고 흐르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 시멘트 공장 앞의 하구둔치는 중장비를 이용해 다져 놓았는데 그곳에 바람이 날라온 모래들이 쌓이고 쌓여 모래벌판을 만들어 놓았다. 하구에 둑을 쌓지 않았다면 이곳은 넓은 모래사구가 형성되었을 것이다. 소금기가 빠진 모래에는 건조에 강한 식물들이 하나둘 침입하고 있다. 사람보다도 강해 보이는 저 작은 풀뿌리들은 스러지고, 말라 죽으면서도 그들의 움직임을 결코 멈추는 법이 없다. 이들에 의해 세상이 바뀌고, 그 안에서 그렇게 돌아간다. 내가 아는 몇몇의 이들도 그런 식물들처럼 강인한 생명력과 도전의식을 지니고 있어, 불모의 지역을 헤메고 돌아다닌다. 생활이 넉넉하진 않지만 부단하게 나아가는 그들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운지 나는 잘 알고 있다.  

- 하구로부터 올라오는 바닷물을 가로막고 있는 보까지는 보 위쪽의 생활하수로 오염된 물과는 달리 비교적 맑은 물과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봄이면 은어와 황어가 이강을 타고 오르고 가을이면 연어가 바다로부터 돌아와 치어때 보았던 고향의 기억을 되살리려 애쓰는 곳이다. 물가에 자라고 있는 물방동사니는  무리를 짓고 물가에 살며, 몇몇은 망을 보고 몇몇은 꽃을 피운다. 마치 무리를 짓는 동물들의 모습이 그들에게도 있는 듯 느끼게 된다.




- 하지만 가을이면 하천의 양안을 하천바닥의 흙을 긁어 모아 보를 쌓고 일부구간만 물이 통하게 해 그곳으로 몰리는 연어들을 내수면 연구소에서 수확해 가고 있다. 치어방류를 위해서는 그 작업이 필요하겠지만, 연어들의 생태본성인 얕고 맑은 상류 하천의 물에서 알을 낳지 못하는 지금의 환경은 인간인 내가 보기에도 서글픈 것이다.




- 그물에 걸려 잡혀가던 연어들이 쏟아 놓은 알들은 하천 바닥을 구르다 수정되지 못한채 흰색으로 죽어가고, 몇몇 알은 건조한 시멘트 바닥에 떨어져 그 자리에서 꿈을 잃고 만다.


- 세상에 피우지 못한 꽃처럼 가여운 삶이 어디 있을까? 버려진 알들에서 상처를 읽는다. 이들처럼 희생되지 않은 알들은 푸른 바다로 되돌아 갈 수 있을까? 그러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해초가 많은 하구 하류의 얕은 물가에는 숲을 찾아 오는 동물들 처럼 연어들이 찾아든다. 분명 보다 더 상류의 계곡을 찾아 가야 하는데 하구 하류의 초입에 만들어진 연어 포획용 그물은 연어의 발길을 되돌리는 것 같다.

- 상류로 올라가지 못한 연어들은 하구 하류의 잔잔한 물가를 떠돌다 그들의 생을 마간한다. 알을 낳아 수정은 한것인지, 암수컷이 서로의 얼굴을 보기라도 한것인지는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주검을 바라보는 마음은 즐겁지 못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 삶이라는 것이 이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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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물 2010.08.10 23:54
금강하구엔 유난히 모새달이 많았다. 이곳에서 90년 전에 터를 잡고 집안이 살았다는 60대 할아버지의 이야기로는 예전에 갈대를 일년에 한번씩 불태울 때는 갈대가 매끄럽고 좋았는데 요즘은 손을 못대게 하니 갈대의 모습이 오히려 저렇게 보기 좋지 않다고 했다. 그분은 갈대와 모새달을 구분하지 못하셨지만, 하구가 막힌 금강의 하류에서 군락을 형성하고 있는 모새달에 대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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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물 2010.08.09 00:04

태화강 하구는 넓다. 강의 하구가 이래서 넓은 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사람들은 하구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한다. 센 물살도 물살이려니와 깊이를 예측할 수 없는 하구에  뛰어들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저 하구주변에 서서 낚시를 드리우고 걸려올라오는 물고기들에게 물속이야기를 전해들을 뿐이다. 몇잔 걸친 이는 안주로 쓰일 물고기는 아직 손맛도 보지 못했다 한다. 동해에서 꾹저구라 불리는 망둥어 종류의 물고기를 그는 꼬시래기라 불렀다. 꼬시래기는 해초의 이름인데, 불현듯 꼬시래기 무침이 떠오른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칡넝쿨이 우거진 강변을 걷는다. 생태가 복원된 하천. 물이 맑아 졌다는 하천의 둔치는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여느 하천의 둔치와 다르지 않다. 간혹 찾는 사람들의 흔적이 지워질듯 말듯 잡초들 사이를 가르며 흐르고 있다. 바람부는 강변에 선다. 물이 흐르는 하도내엔 한번 긁어낸 자리에 다시 흙이 퇴적되고 그곳에 갈대가 자리를 잡고 군락을 이루고 있다. 갈대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보다 높은 곳에는 달뿌리풀이 연녹색의 꽃을 피우고 있다. 아름답다. 어느 곳이든지 스스로 일어나 자리를 잡는 생물들은 살아 있다는 생명의 경이와 함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

 하천을 따라 오르다 강변에 길게 군락을 이루고 있는 대나무숲을 만났다. 왕대다. 우리나라에 자생했던 대나무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남쪽에서부터 강릉까지 토종이 되어 자리를 잡고 있는 식물이다. 남쪽의 강변에 대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곳은 아니지만 태화강변의 대나무는 강과 어우러져 만들어진 그 아름다운 경관이 울산 10경의 하나로 불릴만큼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저녁을 먹고 강바람을 맞으며 대숲을 거니는 것도 남다른 경험이리라. 
 

 

태화강의 10리대밭은 대부분의 대밭이 그러하듯 스스로 자생한 것이 아닌 식재에 의한 것이다. 울산 중구 태화동 내오산 끝자락에 대나무밭이 자생하고 있었는데 일제시대 홍수에 의해 범람이 일어나고 인근의 농경지에 피해가 많아 져서 이 홍수를 막기 위해 주민들이 식재한 방수림(防水林)이다(울산문화원, 울산연감 509페이지). 백사장위에 심겨진 것인데 지금은 잘조성된 둔치위에 자리잡고 있다. 잘 조성된 태화강 전망대에 올라 주변을 살펴보면 태화강의 대나무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강변의 대나무숲에서 새소리가 요란히 난다. 대밭으로 들어가니 해가 내려쬐는 강변과는 달리 대나무그늘에 의해 어둑어둑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대나무는 왕대이다. 대나무를 구분하는데에는 잎의 모양과 마디의 수를 보는데 식물분류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쉽게 마디에 줄이 두줄이면 왕대이고, 줄이 하나인것은 대나무로 간단하게 구분할 수 있다. 숲을 헤치고 새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가는데 왠 아주머니 한분이 커다란 비닐봉투를 하나 들고 나온다. 다시보니 죽순이었다. 그렇다. 매년 여름이 다가 오는 계절이면 대나무 숲은 수없이 솟아나는 죽순을 키워낸다. 하루밤에 10센티가 넘게 자라는 죽순이 이 왕대밭에서도 죽순이 자라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대나무밭의 입구에는 죽순을 채취하는 것을 금한다는 팻말이 붙어 있는데 그 아주머니는 그냥 반찬이나 할까 해서 몇 개 따오는 거라고 한다. 하지만 반찬용 치고는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 따시고 나가시라고 이야기를 하고 숲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숲이라는 개념으로 볼 때 대나무숲은 숲을 구성하는 식물종이 매우 단순하다는 단점이 있다.
 
대나무가 자라는 곳에는 다른 식물들이 거의 들어오지 못하는데 빽빽하게 일어서 있는 대나무 숲 사이로 비집고 들어갈 식물은 별로 없으며 저 위쪽의 높은 줄기에 매달려 있는 대나무 잎들은 숲이 어두컴컴할 정도로 빛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담양습지에서 강 주변에 있는 대나무숲을 불편해 하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특별히 해를 끼치는 것도 없는데 뭐라 딱히 말할 수는 없지만 미운사람 같은 대상이 아닌가 싶었었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이 새들에게는 사람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자신들 만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좋은 서식장소일 것이다. 소리에 가까워지자 대나무 밭의 땅에는 새똥이 많아지고 비린내와 똥내가 섞인 안 좋은 냄새가 더욱 짙어졌다. 대나무의 위쪽에는 백로와 왜가리들이 모여서 날개짓을 하고 있는데 열악한 장소에서 더 이상 버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금방 발길을 돌려 숲 가장자리로 걸어 나왔다. 대나무숲 가로 나오는데 아까 마주쳤던 아주머니가 아직도 그 자리에서 죽순을 따고 있었다. 근처에는 아까보았던 비닐 봉투외에도 다섯 개의 배낭이 놓여 있었다. 그 배낭 안에는 이곳에서 땄을 죽순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정도이면 이건 좀 심각한 수준이다 싶어 그 아주머니께 빨리 안가시면 시청에 신고하겠다고 하니 불만 섞인 목소리로 뭐라뭐라하면서 대숲 밖으로 그동안 딴 죽순을 옮긴다. 대나무 밭에는 승합차가 한 대 세워져 있고 남자가 한명 대기하고  그차에 그 많은 죽순을 싣고는 황급히 사라져 버린다. 죽순은 시민의 재산인데 이렇게 일부사람이 무단으로 채취해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대나무밭 옆으로 차량이 들어가는 것을 통제하고 무단채취하는 이들을 좀더 적극적으로 단속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정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다면 매년 죽순이 올라오는 철에 사람들에게 죽순을 소개하고 죽순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널리 홍보할 필요가 있다. 죽순을 직접보고 그 가치를 경험으로 알게 되면 무단으로 죽순을 채취해 가는 이들을 시민들이 그대로 두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울산시에서는 죽순의 채취가 대나무 숲의 관리나 생장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면 그만큼의 죽순을 채취 판매해 시내의 불우 아동이나 이웃들에게 그 소득을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대나무숲에 바람은 부는데 여러 생각이 나 잠시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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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물 2010.03.09 05:46

가화천은 진양호에서 시작된다. 아직 안개가 걷히지 않은 진양호의 물빛은 짙푸르다. 저멀리 남쪽 땅끝의 남강물이 흐르다 꽉 막혀 체증이 쌓이듯 물이 모여 저렇게 푸른 빛깔을 띠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른 아침 진양호공원을 지나 전먕대로 오르는 길에는 낮고 깊은 호랑이의 울음 소리가 들린다. 우리에 갇힌 맹수의 포효는 정서 불안한 청소년을 만나는 것만 같이 위태롭고 안쓰럽다. 전망대로 가는 키 작은 동백이 한둘 피어난 붉은 꽃을 부끄럽게 내놓고 있지만 시멘트의 건조한 회색빛에 가려져 초라하기만 하다. 좀더 동백이 큰다면 뚝뚝 떨어지는 동백소리에 가던길을 멈추고 숨을 죽이게 되겠지만 아직은 세월의 내공을 필요로 한다. 동백보다는 더 짙푸른 편백의 모습이 더 쉽게 들어오는 것도 그때문이리라.

한눈에 보기에도 돈 좀 들였을 것 같은 전망대를 오른다. 우리나라에 근대화가 시작되면서 요즘처럼 자연을 대상으로 꾸미기를 한적이 있을까? 좀 괜찮다 싶으면 뚝딱거리며 길을 내고 건물 짓고, 주차장 넓게 내는 게 요즘의 특징이라 뭔가 사업을 한다 싶으면 이곳은 앞으로 망쳐지겠다 싶어 속이 거북할 때가 많다. 자연은 스스로 있어 자(自)연(然)인데 그렇게 치장하고 묶어놓으면 공원이지 자연일까? 그래도 안개에 목 잠긴 듯 푸른 기운이 감도는 진양호는 아름답다. 짓무르고 깨졌어도 그 안에서 다른 아름다움이라도 찾아내려 하니 나도 가만히 보면 이기적인 인간인가 보다.

전망대를 내려오는 길가에 진주 청년회의소에서 새운 이재호의 노래비가 있다. 진주 출신인 그의 이름은 40대인 나에게도 쉽게 떠오르는 이름은 아니지만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없는 이 발길...' 하며 시작되는 <나그네 설움>은 너무나도 친숙한 노래이다. '벼슬도 싫다마는 명예도 싫어...' 하는 물방아 도는 내력이나, 번지없는 주막, 단장의 미아리고개, 산장의 여인 등 대학시절 술독에 쩔어 살며 얼마나 많이 부르던 노래들인가. 나무는 오래된 나무일수록 커다란 줄기에서 세월의 영화를 읽어내지만 보잘것없는 사람은 그 화려한 명성을 돌을 깍아 기록하고, 이름을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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