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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구 답사

대나무 푸른숲이 그리운 하구

태화강 하구는 넓다. 강의 하구가 이래서 넓은 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사람들은 하구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한다. 센 물살도 물살이려니와 깊이를 예측할 수 없는 하구에  뛰어들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저 하구주변에 서서 낚시를 드리우고 걸려올라오는 물고기들에게 물속이야기를 전해들을 뿐이다. 몇잔 걸친 이는 안주로 쓰일 물고기는 아직 손맛도 보지 못했다 한다. 동해에서 꾹저구라 불리는 망둥어 종류의 물고기를 그는 꼬시래기라 불렀다. 꼬시래기는 해초의 이름인데, 불현듯 꼬시래기 무침이 떠오른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칡넝쿨이 우거진 강변을 걷는다. 생태가 복원된 하천. 물이 맑아 졌다는 하천의 둔치는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여느 하천의 둔치와 다르지 않다. 간혹 찾는 사람들의 흔적이 지워질듯 말듯 잡초들 사이를 가르며 흐르고 있다. 바람부는 강변에 선다. 물이 흐르는 하도내엔 한번 긁어낸 자리에 다시 흙이 퇴적되고 그곳에 갈대가 자리를 잡고 군락을 이루고 있다. 갈대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보다 높은 곳에는 달뿌리풀이 연녹색의 꽃을 피우고 있다. 아름답다. 어느 곳이든지 스스로 일어나 자리를 잡는 생물들은 살아 있다는 생명의 경이와 함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

 하천을 따라 오르다 강변에 길게 군락을 이루고 있는 대나무숲을 만났다. 왕대다. 우리나라에 자생했던 대나무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남쪽에서부터 강릉까지 토종이 되어 자리를 잡고 있는 식물이다. 남쪽의 강변에 대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곳은 아니지만 태화강변의 대나무는 강과 어우러져 만들어진 그 아름다운 경관이 울산 10경의 하나로 불릴만큼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저녁을 먹고 강바람을 맞으며 대숲을 거니는 것도 남다른 경험이리라. 
 

 

태화강의 10리대밭은 대부분의 대밭이 그러하듯 스스로 자생한 것이 아닌 식재에 의한 것이다. 울산 중구 태화동 내오산 끝자락에 대나무밭이 자생하고 있었는데 일제시대 홍수에 의해 범람이 일어나고 인근의 농경지에 피해가 많아 져서 이 홍수를 막기 위해 주민들이 식재한 방수림(防水林)이다(울산문화원, 울산연감 509페이지). 백사장위에 심겨진 것인데 지금은 잘조성된 둔치위에 자리잡고 있다. 잘 조성된 태화강 전망대에 올라 주변을 살펴보면 태화강의 대나무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강변의 대나무숲에서 새소리가 요란히 난다. 대밭으로 들어가니 해가 내려쬐는 강변과는 달리 대나무그늘에 의해 어둑어둑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대나무는 왕대이다. 대나무를 구분하는데에는 잎의 모양과 마디의 수를 보는데 식물분류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쉽게 마디에 줄이 두줄이면 왕대이고, 줄이 하나인것은 대나무로 간단하게 구분할 수 있다. 숲을 헤치고 새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가는데 왠 아주머니 한분이 커다란 비닐봉투를 하나 들고 나온다. 다시보니 죽순이었다. 그렇다. 매년 여름이 다가 오는 계절이면 대나무 숲은 수없이 솟아나는 죽순을 키워낸다. 하루밤에 10센티가 넘게 자라는 죽순이 이 왕대밭에서도 죽순이 자라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대나무밭의 입구에는 죽순을 채취하는 것을 금한다는 팻말이 붙어 있는데 그 아주머니는 그냥 반찬이나 할까 해서 몇 개 따오는 거라고 한다. 하지만 반찬용 치고는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 따시고 나가시라고 이야기를 하고 숲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숲이라는 개념으로 볼 때 대나무숲은 숲을 구성하는 식물종이 매우 단순하다는 단점이 있다.
 
대나무가 자라는 곳에는 다른 식물들이 거의 들어오지 못하는데 빽빽하게 일어서 있는 대나무 숲 사이로 비집고 들어갈 식물은 별로 없으며 저 위쪽의 높은 줄기에 매달려 있는 대나무 잎들은 숲이 어두컴컴할 정도로 빛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담양습지에서 강 주변에 있는 대나무숲을 불편해 하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특별히 해를 끼치는 것도 없는데 뭐라 딱히 말할 수는 없지만 미운사람 같은 대상이 아닌가 싶었었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이 새들에게는 사람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자신들 만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좋은 서식장소일 것이다. 소리에 가까워지자 대나무 밭의 땅에는 새똥이 많아지고 비린내와 똥내가 섞인 안 좋은 냄새가 더욱 짙어졌다. 대나무의 위쪽에는 백로와 왜가리들이 모여서 날개짓을 하고 있는데 열악한 장소에서 더 이상 버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금방 발길을 돌려 숲 가장자리로 걸어 나왔다. 대나무숲 가로 나오는데 아까 마주쳤던 아주머니가 아직도 그 자리에서 죽순을 따고 있었다. 근처에는 아까보았던 비닐 봉투외에도 다섯 개의 배낭이 놓여 있었다. 그 배낭 안에는 이곳에서 땄을 죽순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정도이면 이건 좀 심각한 수준이다 싶어 그 아주머니께 빨리 안가시면 시청에 신고하겠다고 하니 불만 섞인 목소리로 뭐라뭐라하면서 대숲 밖으로 그동안 딴 죽순을 옮긴다. 대나무 밭에는 승합차가 한 대 세워져 있고 남자가 한명 대기하고  그차에 그 많은 죽순을 싣고는 황급히 사라져 버린다. 죽순은 시민의 재산인데 이렇게 일부사람이 무단으로 채취해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대나무밭 옆으로 차량이 들어가는 것을 통제하고 무단채취하는 이들을 좀더 적극적으로 단속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정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다면 매년 죽순이 올라오는 철에 사람들에게 죽순을 소개하고 죽순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널리 홍보할 필요가 있다. 죽순을 직접보고 그 가치를 경험으로 알게 되면 무단으로 죽순을 채취해 가는 이들을 시민들이 그대로 두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울산시에서는 죽순의 채취가 대나무 숲의 관리나 생장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면 그만큼의 죽순을 채취 판매해 시내의 불우 아동이나 이웃들에게 그 소득을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대나무숲에 바람은 부는데 여러 생각이 나 잠시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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