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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

산길걷기- GPS

산길에서의 GPS는 산길을 잘 알고 있는 이보다 더 중요하다.
앞으로 가야할 길을 잘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동안 내가 걸어온 길을 보여주고 돌아갈 길도 안내해 준다는 것이다.
오늘 한쪽사면인 벼랑인 능선의 바위 위에서 그만 GPS를 놓쳐 버리고 말았다.
몸이 벼랑으로 떨어지지 않은 것만해도 감사해야 겠지만, 산에 오면 몇달동안 손에서 떨어져 본적이
없는 물건을 잃어버린 것이다. 어렵게 벼랑아래를 내려가 구르고 미끄러지면서 GPS를 찾아 보았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세시간반을 절벽에 매달려 있다 해가 지는 바람에 결국 하산해야 했다.
언제나 길을 확인하며 내려오던 GPS가 없으니 길이 어둡게만 느껴졌다. 아,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이 이 물건에 의지해 왔던가. 날까지 저물어 어두운 산길을 내려오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이제 네비게이션이 없으면 운전하기 낯설듯, GPS가 없으니 지도가 있어도 걱정이 먼저 앞선다.
산길을 내려와 돌아오는 길에 자꾸GPS가 눈에 밟힌다. 이 깜깜한 밤 어디에 박혀 있는 것일까?
어두운 산속에서 오가는 고라니며, 멧돼지를 어떻게 맞이할까?
GPS가 자꾸 떠오르고, 길이 힘들어 진다. 내일은 어떻게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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