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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

산길 걷기 - 밤이 익는 계절 산 속도 밤이 익어 간다. 가을이 오고 있음을 밤이 익어가는 것을 보며 실감한다. 산밤은 쥐밤이라 부를 만큼 작다. 어디 작기만 한가 벌레도 많이 먹어 밤이 땅에 떨어지면 며칠을 가지 못하고 벌레 똥으로 가득 차게 된다 . 사람의 손길을 받은 밤이야 한해 겨울을 넘기기도 하지만 그게 어디 정상일까. 자연에 이치는 분배에 있음을 쉬 알게 해준다. 더보기
산속걷기 - 사투 사투 산 중턱에 있는 골프장을 걷게 되었다. 골프장 안의 숲을 지나쳐야 할 일이 생겨 부득불 걷는 길이지만 골프장을 걷는 것은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니다. 평일이라 해도 연속적으로 코스를 지나는 골퍼들은 낯선 침입자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거기다 어깨에 카메라까지 메고 있으니 아무 잘못이 없다해도 별로 유쾌한 기분은 아닐 것이다. 나 또한 마찬 가지다. 남들은 여유 있게 공을 치며 걷는 길을 그 공에 잘못 맞기라도 할까봐 뛰어가듯 걸어가는 기분이 어디 신나는 기분일까. 그런 오래 머므르고 싶지 않은 길을 걷다가 나도 모르게 발길을 멈추었다. 골프장의 잔디밭에 잠자리 두마리가 붙어 있는데 그게 두마리가 서로 사랑을 나누는 것 같지는 않았다. 잠자리, 특히 고추잠자리는 암컷과 수컷이 교미를 할 때 수컷.. 더보기
섬서구메뚜기 섬서구 메뚜기 어릴 때에는 이녀석을 기름메뚜기라고 불렀었는데 간식거리가 적은 그시절엔 메뚜기를 잡아서 연탄불이나 솔가지를 땐 잔불에 구워먹곤 했는데 섬서구메뚜기는 버리기는 아깝고 구워 먹기는 또 그랬던 계륵같은 녀석이었다. 날은 뜨거워도 가을이 저기 앞에 보이는 여름 끝물이면 익어가는 벼이삭 사이로 툭툭 튀어다니던 벼메뚜기를 잡느라 여념이 없었다. 벼이삭 하나를 뽑아 벼메뚜기를 주렁 주렁 꿰어 연탄불 위에 구우면 고소한 메뚜기구이를 맛 볼 수 있었다. 익어가는 벼의 낱알을 연탈불 위에 구우면 작은 팝콘처럼 툭툭 터지며 벌어지던 낱알이 아직도 생각난다. 더보기
산길걷기-앵자봉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 있는 앵자봉(667m) 정상에 올랐다. 산세의 모습이 마치 꾀꼬리가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이라 해서 붙여진이름이다. 신유박해와 병인양요 때 천주교 신자들이 이곳을 많이 찾았다고 하며, 지금은 천진암 성지가 있어 많은 천주교도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그리 높지 않은 봉오리 이건만 그날의 날씨탓인지 산주변에는 온통 안개뿐이었다. 산을 타는 이들은 대부분이 정상을 향하고 정상에 서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지만, 나의 산행에는 정상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산 전체에 분포하고 있는 식물들을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끔 정상을 올라 사방을 바라보며, 마음을 추스르는 것도 좋은 일이건만 오늘은 짙은 안개가 도와주지 않는다... 더보기
산길걷기-올무 올무 어두운 숲길을 걷다 올무를 만났다. 누군가 멧돼지가 다니는 길 옆 신갈나무에 쇠로된 올무를 설치해 놓은 것인데 다행이 멧돼지는 아직 희생되지 않고 옆으로 제껴져 있었다. 멧돼지가 제껴 놓은 것일까? 아니면 시간이 흐르면서 모양이 흐트러진 것일까? 올무에는 거미줄이 쳐 있었다.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함정을 자신의 사냥터로 바꾸어 놓은 거미의 응용력이 대단하다. 그대로 두면 멧돼지 이든 고라니던 피해를 잎을 것 같아 올무를 풀려 했는데 기둥에 메어 놓은 쇠줄은 도구를 이용해 고정시켜 놓아 손으로는 도저히 풀 수가 없었다. 이 줄을 그대로 둔다면 신갈나무가 자라면서 줄 때문에 피해를 입게 될텐데... 이래저래 사람의 욕심으로 설치한 올무는 여러 생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확실하다. 올무를 풀려 시도하다.. 더보기
산길걷기- GPS 산길에서의 GPS는 산길을 잘 알고 있는 이보다 더 중요하다. 앞으로 가야할 길을 잘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동안 내가 걸어온 길을 보여주고 돌아갈 길도 안내해 준다는 것이다. 오늘 한쪽사면인 벼랑인 능선의 바위 위에서 그만 GPS를 놓쳐 버리고 말았다. 몸이 벼랑으로 떨어지지 않은 것만해도 감사해야 겠지만, 산에 오면 몇달동안 손에서 떨어져 본적이 없는 물건을 잃어버린 것이다. 어렵게 벼랑아래를 내려가 구르고 미끄러지면서 GPS를 찾아 보았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세시간반을 절벽에 매달려 있다 해가 지는 바람에 결국 하산해야 했다. 언제나 길을 확인하며 내려오던 GPS가 없으니 길이 어둡게만 느껴졌다. 아,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이 이 물건에 의지해 왔던가. 날까지 저물어 어두.. 더보기
산길걷기 - 버섯 버섯 장마철에 내린 비는 아무것도 없는 어두운 숲 바닦을 살아나게 한다. 갈색의 낙엽만 층층이 쌓여 있던 숲의 바닦은 내린 비를 머금어 물기가 많아지고, 축축해진 숲의 바닦에서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식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버섯이다. 버섯은 건조한 계절 동안은 모습을 감추고 있다가 비가 내려 적당한 습도가 되면 자신의 모습을 보인다. 버섯은 자신의 최 절정기를 맞이하기 위해 모습이 보이지 않는 동안 끊임없이 준비하고 기다렸을 것이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아무리 비가 오고 습기가 숲을 가득 채워도 버섯을 피워 올릴 수 없었을 것이다. 유난히도 투명한 빛을 발하는 버섯을 만져본다. 매끈매끈한 느낌이다. 이 버섯이 먹을 수 있는 버섯이라면 아마도 오돌오돌 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 더보기
산길걷기 - 쓰러짐 쓰러짐 그게 그렇다. 나는 건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쓰러지고 말았다. 정말 그럴까? 사람이던 나무든 몸이 망가질 때는 전조 증상이 있다. 고통이나 몸의 변화, 낙엽이나 가지의 시들음. 숲을 걷다 만난 나무는 쓰러져 있었다. 이 나무가 아프기 시작한 것은 꽤나 오래 되었던 것 같다. 가지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고, 뿌리쪽은 비정상 적으로 부풀어 있었다. 아마도 잎이 먼저 떨어지고 가지가 마르면서 나무는 더 빠르게 죽어 갔을 것이다. 병에 걸렸던 것일까? 숲을 걸으며 생각해 본다. 나는 나의 건강에 대해서 얼마나 예민한 것일까? 너무 지나쳐서 병적인 것일까? 아니면 너무 무관심해 스스로를 전혀 돌아보지 않고 있는 것일까? 숲에는 얼마나 많은 나무들이 살고 있는가? 그 많은 나무들 중에 큰나무로 .. 더보기
산길 걷기 - 나비 나비 산길을 걷다 임업후계자라며 산속에 별장같은 오두막을 지어 놓은 이네 앞마당에서 나비를 만났다. 검은 날개 바탕에 흰무늬가 찍힌 아름다운 나비인데, 내가 다가가도 도망을 가지 않는다. 손에 가만히 올려 놓으니 앞다리를 제대로 펴지 못하며 비틀거린다. 꽃이 피면 열매를 맺듯, 사실 나비도 갈 때가 된 것이다. 이 비틀거림이 있기 전까지 나비는 꽃향기를 맡으며 꿀을 빨고, 알을 낳고, 세상을 경계하였을 것이다. 이제 때가 되어 자신의 또 다른 길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에서 생물들은 생태계의 순리를 어길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아무리 발버둥쳐봐도 자연이 마련해 놓은 틀은 견고해서 그곳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다. 자연이 순환하듯 사람도 자연의 시계를 거스를 수는 .. 더보기
삼지에서 삼지에서 그곳에 가면 세 개의 못이 있는데 못 속에는 커다란 잉어 한 마리 용이 되려 물을 거슬러 오르다 어느 가뭄, 심하게 말라버린 물에 그만 못 속에 갇혀버렸나니 물은 다시 흐르지 않고 주변엔 하나둘 논들이 들어서 누구도 그 옛날 물을 타고 하늘로 오르던 이야기를 잊어버렸는데 소나무길 여름 새참 나르던 젊고 예쁜 아가씨 논길을 걷다 은은한 연꽃 향기에 잠시 못가에 앉았는데 치마폭 사이로 비친 하얀 허벅지를 본 잉어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비가 많이 내리던 어느날 흠뻑 젖은 비에 뛰어가던 아가씨 연잎 우산 씌어주던 사내아이에게 반해 삼지물 돌아가는 굴참나무 숲에 올라 날마다 그를 기다리는데 비가 모자른 잉어는 채 사람이 되지 못해 하늘만 바라보더니 다시 비오던 날에 연잎 사이 물방울 튕기며 달려가는 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