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에서
그곳에 가면 세 개의 못이 있는데
못 속에는 커다란 잉어 한 마리
용이 되려 물을 거슬러 오르다
어느 가뭄, 심하게 말라버린 물에
그만 못 속에 갇혀버렸나니
물은 다시 흐르지 않고
주변엔 하나둘 논들이 들어서
누구도 그 옛날 물을 타고 하늘로
오르던 이야기를 잊어버렸는데
소나무길 여름 새참 나르던 젊고 예쁜 아가씨
논길을 걷다 은은한 연꽃 향기에
잠시 못가에 앉았는데
치마폭 사이로 비친 하얀 허벅지를 본
잉어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비가 많이 내리던 어느날
흠뻑 젖은 비에 뛰어가던 아가씨
연잎 우산 씌어주던 사내아이에게 반해
삼지물 돌아가는 굴참나무 숲에 올라
날마다 그를 기다리는데
비가 모자른 잉어는 채 사람이 되지 못해
하늘만 바라보더니
다시 비오던 날에 연잎 사이 물방울 튕기며
달려가는 저 사내...
얘야 논물 넘친다. 물꼬라도 터야겠다.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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